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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년 이후 계속고용은 초고령사회 생존전략, 임금은 ‘직무·성과 기반 보상’이 바람직” - 이수영 특임교수(25.5.20) 상세
제목 월간중앙 “정년 이후 계속고용은 초고령사회 생존전략, 임금은 ‘직무·성과 기반 보상’이 바람직” - 이수영 특임교수(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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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이후 계속고용은 초고령사회 생존전략, 임금은 ‘직무·성과 기반 보상’이 바람직”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
  • 입력 2025.05.20 16:28
  • 호수 202506
  • 지면138면

[전문가 제안] 청년과 상생하는 계속고용 방안과 새 정부 역할

좋은 일자리에서 세대 간 경쟁 발생, 기본원칙 수립하고 공감대 형성해야
재고용 정착된 일본·싱가포르 모델 한국에 맞게 발전시켜야 시행착오 적어

초고령사회에서 늘어나는 고령 인적자원의 활용이 시대적인 핵심과제가 되었다. 향후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노인 인구 부양 부담이 증가하고, 사회보장 지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고, 경제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줄어드는 생산연령인구가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어떻게 부양하면서 국가와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에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해 고용연장 제도를 설계할 경우 고령자(55세 이상) 고용동향 및 객관적 통계에 근거해야 한다.

2024년 경제활동인구 고령층(55~79세) 부가조사를 보면,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고, 임금수준보다 일의 양과 시간대를 더 중시하며, 월 희망 임금수준은 200만원 이하가 48%를 차지한다. 한편, 고령자(55~64세)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연령은 49.4세이고, 그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 등이 29%, 권고사직 등 조기퇴직이 12%이며, 정년퇴직자는 9% 정도에 불과하다(통계청).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의 ‘치커리무라’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는 84세 오구라 씨. 이영희 특파원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의 ‘치커리무라’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는 84세 오구라 씨. 이영희 특파원

정년연장과 청년고용과의 상관관계는?

정년연장은 기업이 법적 정년을 근로자 전체에 대해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며, 고용연장은 기업이 계속고용(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노사가 고용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의 제도와 같이 계속고용은 주로 재고용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OECD 국가의 경험을 보면 국가 경제 전체에서 고령자와 청년 고용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전체 근로자의 85%가 종사하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다수 발생하고, 외국인력도 활용하고 있으므로 경제 전체에서 대체관계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2013년 60세 이상 정년 법제화에 의해 기업 규모가 클수록 청년고용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있다. 특히 근로자 수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는 그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KDI, 노동연구원, 한국은행). 저성장 경제 하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이루어져 고용 창출력이 감소하고 대기업, 공공부문 등 좋은 일자리 수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세대 간 경쟁 관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고용연장 제도를 설계하려면 국가 경제 전체가 아니라 청년·고령층이 모두 선호해 대체관계가 발생하는 부분(대기업과 공공부문 등)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초고령사회에서 고용연장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본원칙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근로자의 고용이 연장되면 고용 안정성이 증가하므로 이에 상응해 임금 탄력성 또는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며, 기업은 그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을 최소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근로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하려는 ‘선한 의도’가 기업 경쟁력과 경제성장의 하락이라는 ‘나쁜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둘째, 청년고용과 상생하는 고용연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에서는 세대 간에 경쟁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년연장 때문에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 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 고용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가 상생하는 고용연장이 이루어지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하지 않아야 한다. 그간 상황에서 보듯이 향후 정년 연장의 효과는 좋은 일자리 종사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위와 같은 세 가지 고용연장의 기본원칙에 따라 새 정부의 역할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과거 연공급 임금체계를 운영했던 일본과 싱가포르는 재고용 제도를 중심으로 고용을 연장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2004년에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 의무화를 위해 ‘고령자고용안정법(고령자법)’을 개정한 다음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정년 60세는 그대로 두고, 고용 기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 등을 고려해 기업이 계속고용(재고용 등),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2007년 기준 계속고용 86% 채택).

싱가포르는 2007년 기존의 퇴직법을 ‘퇴직 및 재고용법’으로 개정하면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기업 비용과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일본의 재고용 제도를 채택했고, 2012년에 재고용 연령을 65세로 의무화했다.

미국과 영국은 해고 등과 관련된 고용 유연성이 있고, 탄력적인 보수체계를 갖춰 연금수급 연령이 사실상 정년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산업과 기업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고용형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변동성’은 현실이고 ‘안정성’은 희망이다. 기업에서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진행하면서 정년연장을 하기는 어렵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동법 제21조의 재고용 노력 의무를 65세 이상 재고용 의무로 개정해 계속고용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시행할 수 있다.

지난 1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수영(우측 셋째)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일본과 싱가포르는 정년연장이 아니라 재고용 제도를 통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수영(우측 셋째)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일본과 싱가포르는 정년연장이 아니라 재고용 제도를 통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의무화와 연계

향후 계속고용 등 고용형태 결정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으므로 갈등 해결을 위한 조직·절차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처한 상황이 매우 다양하고 고용연장으로 증가하는 인건비를 다른 부문에 전가하기도어려우므로 더욱 세심한 제도 설계 및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최저임금제도로 보호받는다. 그리고 전체 노동시장의 연령대별 임금 수준은 시장임금을 반영해 40~44세에 월 438만원으로 정점에 다다른 후 50~54세 421만원, 60~64세 294만원으로 낮아진다(2023년 기준, 노동연구원).

일본에서 재고용 조건은 노사 자율에 맡긴다. 단, 60세 시점 대비 임금 하락 시에는 임금 저하율에 따라 고령자계속고용급부금을 지급한다. 싱가포르는 법에서 재고용 시 직무 범위와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며, 임금은 성과·책임 등 합리적 요소에 따라 설정된 시스템에 기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정년 60세 이상은 법제화되었으나, 임금체계 개편 의무는 사실상 권고사항에 그쳤다. 기업이 정년연장을 하는 경우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을 준수하고 근로자 과반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성과 등에 기반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청년고용을 줄이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년 이후 임금 수준은 정년 이후 임금이 얼마나 줄어드느냐는 ‘조정 관점(마이너스)’보다는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받는다는 ‘직무와 성과 기반보상(플러스)’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년연장 시 임금체계 개편 의무화 실현을 위해서는 꼭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관련된 법 규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2013~2033년간 65세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약 67만원(2025년)으로 노후생활비에 크게 미달해 정년 이후에도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퇴직연금의 역할을 확대하고 준 공적 연금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3년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 중장년·어르신 희망 취업박람회’에서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3 중장년·어르신 희망 취업박람회’에서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재고용은 새로운 근로계약, 법제화 필요

국민연금은 20년에 걸쳐 수급 연령을 올려왔고,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며, 현재에도 63세에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2033년까지 무리하게 고용연장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은 적다. 따라서 고용연장 로드맵의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입법하고 고용형태 선정,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준 뒤에 계속고용 의무화 연령을 2년마다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식(예: 2029년 61세, 2033년 63세, 2037년 65세)을 제안한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관련 법령, 지침, 매뉴얼, 컨설팅 등을 통해 계속고용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도를 한국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첫째, 재고용(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정년 이후 재고용에 따라 기존 근로관계는 종료되고, 새로운 근로계약이 성립된다는 점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고용 기대권, 대상자 선정, 임금 조정 등 관련 논란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재고용 대상자의 선정 기준과 방법에 대한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에서 2006년 고용 확보 조치 도입 시에 근로자 측은 고용 기간 연장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므로 고용형태 결정에 대한 논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고용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 노사 간 입장차가 컸으므로 고령자법에 노사가 서면협정으로 대상자 선정 기준을 정하도록 했고,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일정 기간 취업규칙 등으로 정할 수 있도록 경과 규정을 뒀다. 그리고 재고용 대상자 선정 기준 적용을 후생연금 수급 시기에 맞춰 2025년 3월까지 유예했다.

셋째, 재고용 의무 이행 대상 기업을 관계사로 한정할 것인지 그 외의 사업장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법적으로 정해야 하고, 대상 근로자의 재고용 탈락 시 구제방안 등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계속고용 제도 도입 시에 쟁점사항 법제화, 노사합의 등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고용연장제도 도입 시기보다 정년까지 근무하고, 그 후 65세 이상까지 일하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고령 인적자원의 활용은 초고령사회의 생존전략이다. 근로자가 더 오래 일을 해야 노후를 준비할 수 있고, 기업도 숙련된 고령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사회보장 지출을 감당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앞으로 노사정과 국회가 지혜를 모아 청년고용과 상생하고,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를 완화하는 합리적 고용연장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한층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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