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속 정년연장, 청년 고용과의 상생 방안 모색해야”
- 기자명 임연서 기자
- 입력 2025.06.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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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서 ‘2025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봄 학술대회’ 개최
학계·교육계 관계자 등 참석… 초고령사회 속 정년연장의 청년고용 효과 등 논의
“세대 간 고용 구축효과 최소화하고 고용 상생 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 필요해”
“청년고용 대체 축소하는 고용연장 중요, 정년연장 외 낮은 청년 고용률 원인 살펴야”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정년연장이 화두인 가운데 세대 간 고용 구축효과를 최소화하고, 세대 간 고용 상생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고용을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 대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청년 고용률의 원인을 정년연장 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 기업의 신규 채용 중단 등 다각도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2025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봄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후원했으며 학계·교육계 전문가 등이 자리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선임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의 청년고용 효과’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급속한 고령화 추세가 경제성장 둔화, 연금·의료비와 같은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 부담의 가중 등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령자 고용의 활성화를 제시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의 방식으로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방안이 제시됐으며, 김유빈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고령자 고용 활성화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은 고령층과 타 세대 간의 고용상층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정년연장 입법 공표의 고용효과에 대해 언급한 김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정년연장은 2016년 이후 기업 규모별로 적용됐으나, 실질적 고용효과는 법 적용 전 공표와 함께 일부 실현됐을 가능성을 고려해 2013년 정년연장 공표의 고용효과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정년연장 공표 이후 정년제 운용 사업장에서는 총 고용 2.87명이 증가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50대 후반 0.95명 △60대 초반 0.40명 △65세 이상 0.45명이 늘어났으며, 청년층은 미세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 고용증가는 신규고용에 기인해 50대 후반 신규고용 효과는 0.11명으로, 총 고용효과의 11.4%를 나타냈다. 청년 신규고용의 경우, 0.61명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규모별 고용효과의 경우,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계수는 증가하지만 표본 수 감소와 데이터 범위에서 벗어난 값의 증가로 인해 통계 유의성은 감소했다. 10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고령자 외 청년고용 포함 전 연령의 고용이 증가했고,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연장 입법 적용의 고용효과의 경우, 10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 연령의 고용이 증가했으며, 50~99인 사업장의 경우, 정년연장 후 7년 경과 시 비교집단 대비 전 연령 고용의 2.5%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고령 세부 연령대별로도 정년연장 이후 모든 규모 사업장에서 고령자 고용이 증가했으며, 규모가 클수록 고용증가율도 큰 경향을 보였다.
정년연장 입법 적용에 따른 청년고용 효과는 기업 규모별로 다르게 관측됐다.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고령고용과 청년고용이 증가했으며, 100~299인 사업장의 경우, 청년고용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0~999인 사업장에서는 청년고용 감소효과가 나타났으며 10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정년연장 후 7년 경과 시 비교집단 대비 청년고용이 11.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대해 김유빈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고령층은 법적 정년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높은 참여 의지를 보이며, 정년제·재고용 제도 운영 현황은 사업장 규모와 업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연장의 청년고용 효과에 대해서는 “정년연장의 고용효과 공표 직후부터 효과는 일부 실현됐다”며 “정년연장에 의한 고령자 계속고용이 청년고용에 미칠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이며, 세대 간 고용 구축효과를 최소화하고 세대 간 고용 상생 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고령자 고용 연장 시 청년 고용 대체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돼야” = 이어진 토론에서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 늘어나는 고령 인적자원의 활용은 국가, 기업, 개인 모두에게 시대적인 핵심과제”라며 “그러나 고령자의 고용 연장 시 그 방향과 원칙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특임교수는 “경제 전체에서는 중소기업의 빈일자리 등으로 인해 고령자 고용과 청년 고용이 대체관계가 아니나 대기업, 공공기관 등 좋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일자리 경쟁관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청년고용 대체를 최소화하는 고용연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의 관계에 대해서는 “OECD 국가의 경우, 국가 경제 전체에서 고령자와 청년 고용은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2016~2017년 60세 이상 정년제를 시행하면서 기업 규모가 클수록 청년고용 감소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있다. 따라서 고용연장 제도를 설계하는 경우, 국가 경제 전체가 아니라 청년·고령층이 모두 선호해 대기업, 공공부문 등 대체관계가 발생하는 부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수영 특임교수는 “우리나라의 산업과 기업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 폐지 등 고용형태 중에서 노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년연장’ 이외에도 낮은 청년 고용률 원인 고려 필요” = 낮은 청년 고용률의 원인에 경기 불황, 선호 업종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청장년고용지원팀 박사는 “300인 이상, 특히 1000인 이상 기업에서 (15~34세) 고용률이 낮은 모든 원인을 정년 60세 의무화 혹은 정년연장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이 경력직 신입을 선호해서 대기업의 청년고용률이 낮을 수 있고, 경기 불황과 정부규제로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업종과 화이트칼라 직종, 근로조건의 차이 등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을 채용하지 못했거나 채용해도 빨리 퇴사해 고령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사업체 역시 많은 상황도 고려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 박사는 “청년과 고령자의 숙련도가 달라 고령자가 퇴사한 후 해당 자리를 청년들이 바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오히려 기업은 숙련된 인력난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며 “세대 간 고용 상생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고령자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을 세대 간 일자리 대체관계의 증빙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은정 박사는 정년퇴직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고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추진되는 구조조정이나 조기퇴직을 종용하는 사내 분위기 등으로 조기퇴직하고 하향 재취업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본 발표문에서도 총고용증가는 신규고용에 기인하는데 50대 후반 신규고용 효과가 0.11명으로 총 고용효과의 11.4%로 분석됐다. 대기업에서 고령자 고용률이 높은 이유는 고령자가 고위직에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계속 일하는 사례보다 조기퇴직 후 재고용 또는 재취업한 고령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대기업의 청년 고용률이 낮은 것을 고령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정년연장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성필두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의 ‘한국 노년층 정신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김경환 NT로봇 대표의 ‘돌봄로봇 개발기술의 현재’ △양영애 인제대 고령친화산업학과 교수의 ‘초고령사회 돌봄기술의 변화와 과제’ △조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고령자 고용정책과 정년연장-사회복지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발표와 발제별 토론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