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2022년 고령자 통계에서 우리나라 고령자 비중이 2022년 17.5%에서 2025년 20.6%, 2035년 30.1%,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20% 이상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대비되게 1% 밑을 전전하는 출산율로 노인 부양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기까지 오스트리아는 53년, 영국은 50년, 미국은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7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호에서는 초고령사회 대비에 앞장서고 있는 모교와 교우의 모습을 조명해 보았다. 국내 대학은 물론 동아시아를 선도할 고령사회연구원, 보건대학원에서 개설될 최고위과정을 소개한다.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교우들의 다양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교우가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도 탐방해 보았다.


인터뷰/ 

김태일 고령사회연구원장   



일본, 중국 유수 대학과 고령 연구 협력  

행정학, 간호학, 공학 등 학제간 융합연구 수행  

지난해 11월 30일,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보건·사회·환경적 문제를 연구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모교 고령사회연구원이 개원했다. 모교가 축적해온 연구역량을 결합해 학계 연구성과와 현장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하는 연구허브로 기능하며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설립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전에 모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산하기관으로 고령연구센터가 있었습니다. 송완범(사학85) 교수님께서 먼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일본을 연구해 우리나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설립하셨던 거지요.

그러던 중 정진택 전 총장님께서 교우들을 만나시면서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데 있어 모교의 역할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고령사회 연구를 개별 연구소가 아닌 학교의 정식 본부인 ‘연구원’의 단위에서 하는 곳이 국내 주요 대학 중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총장님께서 퇴임 전, 교수들과 함께 뜻을 모아 고령사회연구원을 설립하셨습니다.


연구원의 활동을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일본 동경대의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의 활동에서 착안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적으로는 고령자와 고령사회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령 관련 트렌드를 분석하거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단체 사업에 협력하기도 합니다. 건강을 간단히 체크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보급해 고령자가 스스로 본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끔 하는 사업도 계획 중입니다. 

노후대비를 하는 법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는 등 은퇴예정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연금 개혁 문제에 대한 책자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또한 중국의 칭화대, 일본의 동경대와 함께 동아시아 고령사회 연구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미나를 통해 학술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교 고령사회연구원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연구원 단위가 아니더라도 고령사회 연구를 하는 곳은 많습니다. 한림대나 한양대 등 대학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정부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사회연구원, 국민연금연구원을 운영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곳은 대부분 정책 위주로 연구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모교 고령사회연구원은 단순한 정책연구가 아닌 융합연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고령사회는 단순히 정책만으로 대비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가 필요하지요. 예컨대 고령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의학, 간호학적 지식도 필요하고, 돌봄 기능을 담당하는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지식도 필요합니다. 모교 고령사회연구원은 행정학, 간호학, 공학, 미디어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설립된 만큼,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원의 장단기적 목표가 궁금합니다

연구원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활동들을 통해 자체적인 수입구조를 만들어 연구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타 대학엔 없는 고령사회‘연구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사회에 대한 비전과 대응방향을 제시하면서도,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며 고령사회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고령사회에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와 민간의 역할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민간은 시장원리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일 테니 특별한 방안이 필요하진 않겠지요. 기업들은 알아서 고령소비층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들을 생산하며, 늘어난 수요에 맞게 대비할 테니까요.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이런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들의 삶에 집중하여 시장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크게 연금 등을 통해 노년기의 소득을 보장하는 일과 장기요양서비스 등으로 대표되는 돌봄 영역의 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즘은 고령자에 대한 돌봄을 과거처럼 가족에게 일임할 수 없기에, 사회가 돌봄의 영역을 담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가 돌봄의 영역을 잘 책임지고 있다고 보기엔 아쉬운 부분들이 있기에 돌봄의 질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해야겠지요.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대한민국의 GDP는 높아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절대적인 자원이 부족해지진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따라서 이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를 주요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최예슬 기자



김태일 교수는…

모교 행정학과 교수로 행정계량분석, 복지정책, 사회정책 분석 등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행정학 석사 취득 후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복지, 재정재무, 정책평가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한국행정학회 연구부회장,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연구부회장, 모교 정책대학장 및 정책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재정은 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진행된 고령사회연구원 개원식에는 정진택 전 모교총장,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